린튼가의 사람들은 모두 미쳐있었다.

 

이들은 마법 사회의 규칙을 가장 근본부터 매우 불만스럽게 여겼다. 본인들의 탐욕을 채우기엔 마법 사회가 너무 좁다는 것이 그 근원되는 이유 중 하나로, 순혈이라면 아주 진저리를 쳤다. 

 

"피라는 것은 순결할 수가 없지. 애초에 몸 안에 고여있을 때나 가치있는 것으로, 흘러나오면 그냥 의미를 잃은 오물일 뿐이다."

 

히스클리프는 적당히 고개를 까닥였지만 왜 동의해야 하는지는 잘 몰랐다. 이런 '린튼'이 참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피를 잇는 사람들끼리 공유하는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그들은 모두 무척이나 탐욕스러웠다. 저택의 지하에는 갯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집품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고 히스클리프는 그 소문의 절반쯤은 인정했다. 저택은 금으로 뒤덮혀 있었다,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은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매우 세밀하게 세공되어 있었다. 뿌리가 된 선조가 남긴 막대한 자산이 아니었더라면 얼마나 불행했을까? 이 저택에 사는 사람들은 이 저택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웃곤 했는데, 모두 걸음걸이가 술에 취한 한심한 떠돌이처럼 들떠있었다.

 

그래.  '린튼'은 모두 미쳤어. 생각하며 히스클리프는 킬킬거렸다. 굳은 살이 박힌 흰 손가락 사이에 얇게 말린 잎담배가 끼워져 있었고, 그 끄트머리가 한참 타들어가 회색 잿더미가 매달려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는 검지로 담배를 호되게 후려갈겼다. 재가 공중에 흩어졌다.

 

히스클리프 래디언트 린튼은 자신의 방에 앉아 있었다. 금발의 머리는 잔뜩 뻗쳐 있었고, 본인도 그것이 짜증스러운지 담배를 쥐지 않은 손의 손가락을 머리카락 사이에 잔뜩 엮어 빗는 것처럼 계속 넘기다가 온 몸의 힘을 풀며 침대에 아예 드러누웠다. 

 

방은 린튼의 저택 가장 높은 곳에 있었고 동시에 이 저택에서 가장 검소한 모양을 한 방이기도 했다. 우선 쓸데없이 넓지 않았고, 전시를 위한 유리 옷장이 없었다. 체리나무를 사용해 만든 모든 가구들은 히스클리프가 첫 월급으로 마련한 값싼 중고였다. 그 방은 그야말로 활력이 넘쳤다. 모든 가구에 사람의 흔적이 묻어있었으며, 출근하고 돌아온 후에도 꼭 아침에 걷고 나온 구겨진 이불이 바닥에 늘어져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했다. 동시에 아침의 가장 밝은 햇살이 닿는 방이기도 했으며 겨울이 오면 가장 추워지는 방이었다. 문만 열면 굳은 핏덩이만큼 붉고 푹신푹신한 금실 자수가 놓인 양털 카페트가 보이는 이 저택과 비교해보자면 완전히 동떨어져, 머글의 집 한 구석을 떼어다 억지로 붙여놓은 것처럼 보였다.

 

자연스레 의문이 들만도 하다. 히스클리프 래디언트 린튼은 다른 '린튼'과는 다른가?

 

그는 탐욕을 모르는가? 아니다. 히스클리프는 자신의 침대 맞은 편에 걸려있는 방의 유일한 장식품을 바라보고 있었다. 회빛이 도는 푸른 눈은 침대에 앉아 담배를 피울 때 가장 번뜩거렸다. 담배 연기를 입 안에 머금고 목으로 넘기지 않고 점막으로 한껏 받아들인 뒤에 코와 입의 구멍으로 하염없이 빠져나가게끔 두면 머리가 핑글 돌며 아주 배고파졌다. 그래서 침대 옆에는 항상 재떨이가 있었고, 서랍에는 까지 않은 땅콩 과자와 초콜렛이 몇 개 씩 쌓여있었다. 그는 배고픔을 느끼고 싶어서 매일 담배를 피웠다. 정확히는 배고픔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기 위해 담배가 필요했다. 

 

히스클리프는 배고픔을 죄악시 했다. 그래서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일종의 일탈이다. '린튼' 답게 광기를 느끼는 시간인 것이다. 금과 보석에 흰자가 보이도록 눈을 뒤집는 가족들이 미치도록 짜증스러웠던 까닭에 남자는 이렇게 앉아 침대 너머의  황금 밧줄을 볼 때마다 불경한 생각을 했다. 밧줄로 원수의 목을 조른다면 어떨까. 담배를 비벼끄고 눈을 감았다. 흰 생각덩어리들이 떠돌다가 펑펑 터지며 빙글빙글 돌고 점멸해간다.

 

 

 

 

 

린튼 .

 

 

린튼은 고고학을 업으로 삼는 가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고고학이라는 것은 비-마법사 사회로부터 건너온 개념으로, 그들이 스스로를 그렇게 명명한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린튼의 선조의 무료함과 예술품에 대한 소장욕이 가문의 뿌리가 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딜레탕트로 여겨지기 십상인 그들이 스스로를 포장하기 위해 들여온 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린튼은 극도의 탐미주의와 물욕을 자랑하는 수집가 가문이다. 이는 오래 전 부터 부유한 비-마법사 사업가들과 교류하며 수집한 기록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규모다. 마법사들의 문명 그 너머까지도 탐험하기 일쑤인지라 비-마법사에 대한 특별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 인식이 다소 시혜적이라 다른 마법사들로부터는 괴짜 취급을 받아왔다.

 

수집품을 모으는 기준으로는 아름다운 외관이 물론 으뜸이나 이들은 물건에 엮인 이야기의 가치도 귀하게 여겼기 때문에 이런 열정은 가끔 학구열과 맞물리곤 했다. 따라서 이 가문의 선조들은 직접 개발한 특수 감정 마법을 사용해 비-마법사 유적에 남겨진 마법의 흔적을 추적 및 기록했는데, 오래 소장본으로 존재하던 이것이 공개되며 출판 된 뒤로 유럽 전역에 알음알음 이름이 알려지고 린튼은 유명해졌다. 

 

탐험은 두근거리는 단어지만, 이 탐험이라는 것은 종종 평온을 들쑤시는 성가신 침략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따라서 린튼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세운 도의에 어긋나지 않을 정도의 수위만 유지하며 수 세기에 걸쳐 탐험에 탐험을 거듭해왔다. 발견,약탈,도굴,거래 해온 고대 마법적 유물의 수집량은 지금 대에 이르러서는 집계 불가능할 수준이 되었다. 달마다 서신을 마법의 역사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은 린튼에게 비공식적인 자문을 구하거나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기 위해 고가의 거래를 하기도 한다. 당연히 상당히 부유한 편이다.  

 

아주 깔끔하다고 말하긴 어려운 사업이라 이러한 수집품들로 전시회를 주기적으로 저택에서 열어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데 꽤나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결국 사욕을 채우기 위한 행위의 변명에 불과하므로 특수한 제작을 위해 유물 중 일부를 해체하여 거래하고 있다. 

 

볼드모트의 세력이 힘을 펼치던 시기 가장 조용히 수그리고 숨어든 사람들 중 하나가 린튼의 사람들이다. 품에 끌어안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았고, 그것을 단번에 내던지고 전장으로 뛰어들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린튼 가에게 우호적일 수 밖에 없는 거물 거래 상대들에게 비굴해보일 정도로 노골적인 뇌물을 바쳐가며 자신들을 향할 화살들을 최대한 돌리는데 집중했다. 이 당시 린튼의 그림자를 벗어난 유물들이 상당한데, 그 중 대부분이 행방이 묘연하다. 특수한 전쟁 물자 조달을 위한 재료로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린튼의 대부분은 거대한 불의에 맞서는 행위 자체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비마법사 사회와의 교류가 끊기며 가문에게  타격이 있었던 까닭에 영원 전쟁 당시, 역설적으로 마법사 우월주의 따위에 동조한 사람도 있었다. 최대한 조용히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던 린튼의 가주에게 이런 내부의 혼란은 끔찍한 균열이었다. 수 세기의 역사가 어이없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가득차 있었던 히스클리프의 조부에게 발키리는 린튼에게 구원이나 다름 없었다. 종전 이후 다이애건 앨리의 재건을 위한 후원금을 거액 기부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장장 10년간 이어진 전쟁에도 린튼의 아이는 자라났다. 마찬가지로 린튼의 모험은 멈추었으나 거래는 멈추지 않았다. 무너지고 멈추는 것들 사이에서도 이어져야 할 것들이 있었고, 현재까지 지켜진 것들은 절대 당연하지 않았다. 유년기를 전쟁의 불안 속에서 보냈던 히스클리프의 아버지, 요한 린튼의 가업 유지에 대한 강박적일 정도의 불안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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