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완, 내 넥타이 언제 돌려줘? 곧 입학식인데... ”

 

 

 

 

 

 

Raven Ermesinde Elroy Chevalier

이름 : 레이븐 에르메신데 엘로이 슈발리에

나이 : 만 11세

성별 : 남성

학부 : 기사학부

 

 

 

140cm / 덜 붙은 근육.

 

흰 머리 푸른 눈을 살짝 덮는다, 뒷머리도 덩달아 자라나 목덜미를 부드럽게 감싸 쥐고 있었다. 그래, 달의 마지막 주가 다가오고 있다. 이 작은 소년도 곧 머리를 다듬을 때가 되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은 시종들이 향유로 정성스레 가꾼 것이라 태양 아래에서는 은은한 빛을 발한다. 시종 장이 직접 빗과 가위를 들고 그 머리카락을 다듬어 손질해준다. 손질을 미뤘다가는 금세 찌르는 머리카락에 눈물이 나곤 해 그 주엔 소년은 더 유순한 표정을 지었다. 눈썹은 보통 속상한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꼬리가 처져있으나 환히 웃음 짓는 레이븐을 한 번이라도 보았다면 그가 시무룩한 소년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의 인상은 전체적으로 밝다. 햇살같이 밝은 아이라기보다는 설원에 비친 햇빛같이 밝았다.

발그레한 뺨에 홍조 있는 얼굴은 건강해 보인다. 입술은 꾹 다물린 채 의미 없이 열리는 법이 없다. 습관을 쉽게 고칠 순 없는지 입술은 조금씩 물어뜯어 종종 부어있다. 왼쪽 눈 아래로 눈물점이 두 개 자리하고 있다. 귀는 뚫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관계로 신경 쓰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옷 하나를 갈아입을 때도 시종들이 귓가를 건드리면 한껏 아픈 표정을 지어 애먹이곤 한다. 귀걸이는 아쿠아마린이 세팅된 것으로 보통 신는 신발의 고정핀에 세팅된 것과 같다.

 

표정은 담담한 편이지만 조금만 긴장을 풀어도 울상이 되어버린다. 이 표정에는 당해내는 사람이 좀처럼 없어 슈발리에 가의 사용인들은 이어지는 레이븐의 희미한 미소에 깜빡 넘어가곤 한다. 손도 대부분 뒷짐을 지고 있지만, 그 등 뒤에 감춰진 손은 땀에 살짝 젖은 채로 서로를 꽉 붙잡고 있다. 말랑말랑한 뺨과 근육이 덜 붙은 종아리와 다르게 손바닥엔 흰 굳은살들이 옅게 자리하고 있다. 꽉 쥐면 그 나이대 소년이 지녀야 할 부드러움이 없어 당황하게 되는 정도로, 손이 예쁘지 못하다는 말을 종종 어머니께 들어 악수를 꺼린다.

옷은 시종들의 손에 의해 반듯하게 풀 먹인 채 단정하게 입혀져 있다. 저녁쯤 되면 스완과 함께 뛰어놀기 때문에 마구 구겨진 채로 돌아온다. 교복의 카라에 엉성히 묶여 있는 리본은 레이븐의 쌍둥이 누나, 스완이 묶어준 것.

 

 

 


성격

 조심스러움 / 이타적임 / 순종적 태도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은 버릇없이 자란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아이는 이름의 무게를 알고 있었다.

 

타고난 천성이 조심스럽다. 글을 한 줄 쓰고 나서도 잉크가 마를 때까지 기다리고 다음 줄을 작성했다. 가정교사들은 덜 떨어졌다거나, 소심하다는 단어를 붙이는 대신 아이가 신중한 성격이라고 부모에게 설명했다. 무엇 하나를 시작하면 끝까지 실수하지 않을 것을 강조하며 가르친 성실하고 사려 깊은 선생님들의 덕에 아이는 주변을 살피는 일에 능숙해졌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눈빛과 어조로 기분을 읽는 일은 본능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므로 말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금방 눈치채지만 물론 그에 응할 것인지는 소년이 결정해왔다. 사실 비위를 맞추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종과 그 주인의 일의 경계 또한 레이븐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 신분 덕에 당연하게도 시종들에게 시중받는 일에 익숙하다. 아이는 누구에게나 호의적인 태도를 유지하나 본인이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나누도록 배웠다. 직접 떨어뜨린 것을 줍거나, 옷을 풀어헤치거나, 젖은 흙 위를 뛰어다니지 않으며, 춤추거나, 노래하는 등의 사교계 유희에는 낯설어하는 반면, 무술이나 교양 등 부모가 권장하는 과목들에 임할 때는 열성적으로 임했다. 아이가 행위의 귀천을 가려 그렇게 행동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배우고 들은 대로 반복할 뿐이라서, 레이븐이 현재 규정하고 있는 선과 악, 필요와 불필요의 잣대는 순수하게 타인의 잣대로만 재단된다. 레이븐은 그의 유모에겐 더없이 살갑고 예의 바른 아이였으며, 저택의 요리사에게는 사랑스러운 작은 쿠키 도둑이었고, 예절을 가르치는 시종 장에게는 훌륭한 학생으로서 이타적이라는 말을 감히 덧붙여도 될 만큼 최대의 선의로 임했다.

아직 어린 나이가 한몫할 테지만 한 번 신뢰한 사람이 내리는 지시에는 좀처럼 의문점을 품지 않는다. 호불호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어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투명한 순박함 덕에 그러하다. 특히 혈육에게 품은 애정이 깊어 부모와 쌍둥이 누나의 말이라면 대부분 그대로 믿어버리곤 한다. 그게 설령 어설픈 거짓말일지라도.

 

 


기타   

파도스의 24일에 탄생. 

빈센트 르베르 엘로이 슈발리에, 현 가주 및 서리 기사단 소속 기사

비아트리스 아이텐샤 엘로이 슈발리에, 영주 대리인 및 저택의 제 1 권력자

 

 작은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다. 흰 토끼, 이름은 아델레이드. 아카데미에 오기 위해 두고 오며 앞발을 놓지 못해 한 시간 동안 집사와 실랑이를 벌이며 작별인사를 했다. 아델레이드가 태어난 지 1달 후 침대 위에서 발견한 어금니 유치를 부적처럼 작은 주머니에 넣어 챙겨왔다.

 

손의 거스러미를 뜯는 버릇이 있다. 아플 만도 한데 상처가 난 손의 딱지를 계속 만지작거려 흉으로 만들어버리곤 한다. 이에 대해 몇 번이고 꾸중을 들었으나 잘 고쳐지지 않았다. 손바닥이 예쁘지 않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서 평소에는 의식적으로 꽉 쥐어 보이지 않게 한다. 손에 난 상처들은 검술 수련으로 생긴 것들이다. 목검을 쥐는 자세가 이상해 초반에 자주 손바닥이 짓무르고 물집이 생겼다.

 

귀는 뚫은 지 이제 한 달이 막 지나 덜 아문 상태라 만지면 아파한다. 반짝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탓에 자꾸 만지작거려서 큰일이라며 몇 번이고 손등을 얻어맞았다. 그 외의 액세서리로는 9살 생일에 선물 받은 작은 금반지가 있으나 푸른 실에 묶어 아델레이드의 목에 걸어주고 왔다. 토끼의 기억력이 그리 좋지 않다는 시종 장의 말에 스완과 레이븐을 잊지 말라는 뜻으로 걸어준 것이다. 저택을 떠난 후 시종 장이 수거해 보석함에 보관하고 있다.

 

부모와의 사이가 특별히 각별하다. 부모 나이 각각 22세, 19세 되던 해에 정략결혼으로 맺어진 이후 20년 만에 맞은 늦은 아이이기 때문이다. 노산인 탓에 가문의 사람들은 임신 기간 내내 걸음 소리도 크게 내지 못하고 다녔다고 자주 농담한다. 가족끼리의 애칭은 나의 아쿠아마린. 결혼 20주년의 선물로 자주 선물 되곤 하는 각별한 보석.

 

무서운 이야기를 듣거나 깜짝 놀란 날에는 꼭 밤에 악몽을 꾼다. 레이븐을 위해 방 한 곁에 유모의 방을 증축하는 공사마저 있었을 정도다. 아카데미에서는 혼자 자야 하는지 하루에 몇 번이고 어머니에게 여쭤보다가 씩씩한 기사가 되려면 혼자 잘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에 최근엔 조금 더 표정이 비장해졌다.

 

스완이 교복의 넥타이를 빌려 갔다고 믿고 있다. 아무것도 매지 않을 수 없어 일단 스완의 리본을 매긴 했지만…. 돌려받을 수 있을까? 리본은 묶는 법도 모르는데!

 


 

 

 

슈발리에 백작 가 家

 

전쟁 영웅 엘로이 피델르 슈발리에의 후손들

 

 

 

 

슈발리에 백작의 성에는 세 가지 가보가 있는데, 하나는 북 쪽의 벽에 걸린 피투성이 수급의 머리칼을 들어올린 채로 정면을 주시하는 엘로이 피델르 슈발리에의 초상으로 가주의 서재 를 열면 곧바로 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걸려있다. 수급에서 흐르는 핏물의 묘사가 끔찍해보여도 이 초상이 흉물스러운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 이유는 선조, 엘로이 슈발리에의 경건한 표정 탓이다. 

 

작고 큰 전쟁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던 혼란스러운 정복전쟁의 시기에 기사의 명예와 귀족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슈발리에 백작가의 적자 엘로이 피델르 슈발리에는 황실의 검이 되고자 했다. 많은 검이 부러지고 무뎌졌으며 이가 나간 검들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스러져갔다. 날을 갈 수 있는 이들은 스스로를 끝없이 연마했으나 필멸자들은 어디에서든 끝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엘로이 피델르 슈발리에 또한 그러했다. 그러나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만큼 대담한 사내였으며 운명에 순응할 생각보다는 그것을 도발하며 한계를 시험하는 기사였다. 어느 날, 긴 원정으로 지친 기사단들이 막사에서 잠을 청하는 중에도 그는 깨어 불가에서 칼을 갈고 있었다. 고이는 땀방울을 닦아내려 고개를 들다 희미하게 먼 곳에서 불씨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그것이 적이 피운 주둔지의 불임을 직감했다.

 

엘로이 피델르 슈발리에는 뛰어난 기사는 아니었다. 그 실력으로만 보자면 평범한 축에 속하는 편이었다. 다만 그는 포기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의 원동력은 절대적인 황실에 대한 복종에서 우러나온 것이었으며 이는 개인의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니었으니 순수하고 절대적인 힘이 되어주었다. 어두운 밤에 저렇게 큰 불을 피운다는 것은 기사단이 근처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고백에 가까운 것이었으며 방어태세또한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음이 자명했다. 아마도 이 근처로 지나가리라는 소식을 듣고 매복을 위해 진을 친 듯 한데, 이렇게 허술해서야. 그는 곧바로 칼을 들고 기사단장에게 달려가 자신의 충직한 다섯 맹우들과 함께 선발대에 설 수 있기를 간청한다. 깊은 밤 기사단의 기사들은 조용히 칼을 갈았다. 여섯 기사들의 뒤를 따라 적의 목을 베기 위해 스스로를 갈고 닦았다. 

 

그는 결국 그의 검으로 적장의 목을 베는데 성공한다.  다섯 맹우들의 호위와 지원군 덕분에 큰 피해없이 방심한 매복군의 완전 제압에 성공하였고 이 사건으로 원정으로 지친 제국군의 사기까지 크게 올라가 그 후에 임한 전쟁에 있어서도 대승을 거뒀다. 영토를 늘리는데 있어 큰 공을 세운 뒤 적장의 목을 베어온 붉은 기사 슈발리에의 이야기는 천천히 수도까지 퍼져나간다.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그의 소식을 듣고 황제는 그 공을 기념하기 위해 붉은 기사를 위한 루비를 박은 명검을 하나 준비한다.  그러나 왕의 기사, 영원한 충신인 그는 바다와 같은 푸른 눈을 가지고 있었다. 설원과 같이 흰 머리칼과 붉은 뺨을 가지고 있었다. 붉은 기사라더니, 꼭 백사장의 파도를 굳힌 것과 같이 푸르구나. 황제는 보석 세공사를 불러 루비 대신 그를 닮은 아쿠아마린을 다신 물려 그 손에 쥐여주라고 명한다. 그리고 엘로이 슈발리에는 그 몸이 노쇠하여 은퇴할 때까지 그 검과 함께 했고, 뭇 기사들의 모범이 되었다고 한다. 

 

두번째 가보가 바로 그 명검이다. 엘로이 피델리 슈발리에의 손에 딱 맞았다는 긴 장검의 날이 시작되는 곳에는 물방울 모양으로 커팅된 아쿠아마린이 물려져있다. 황제가 감명깊게 보았다던 그 바닷빛 눈은 빛 바라지 않고 후손들에게 대대로 전해져 그것을 지금 바라보고 있는 레이븐의 눈에도 투명하게 비치고 있다. 이 검은 저택의 가장 넓은 방인 식사를 위한 홀의 벽에 걸려져 있고, 그 주위를 투명하고 담백한 보석으로 장식해 허영된 모습으로 보이지 않게 꾸며두었다.  저 명검을 기념하기 위해, 그리고 명검의 주인인 그의 충성심을 기념하기 위해, 엘로이 슈발리에가 숨을 거둔 뒤부터 그의 후손들은 꼭 아쿠아마린이 물려진 귀금속들을 착용하고 세례명 뒤에 엘로이의 이름을 넣기 시작했다.

 

슈발리에 가의 세번째 가보는 대저택이 위치한 영지 그 자체이다.  정복 전쟁이 정리되어 갈 즈음 파이트라 왕국과 인접한 네레 산맥의 끝자락의 광산을 개발하려 황실은 인재를 물색하고 있었으나, 그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 매장량이 상당한 것으로 추정되어 분명히 막대한 부를 불러올 수 있는 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안정되지 않은 국경선 사이의 문제를 떠안게 될 것이 뻔해 골치를 앓을 것이라며 귀족들도 하나 둘 물러나던 상황이었다.  척박한 영지로 이주해 영주의 의무를 다하는 일을 버거워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로 한창 골치를 앓다 황실은 적임자를 하나 떠올리게 된다. 황실의 명령이라면 이견없이 수행하고, 성실히 임하는 제국의 검인 슈발리에 백작이라면 군사적인 지도력은 의심할 바 없고, 사업에 있어서도 청렴히 본인에게 주어진 몫을 다하리라 확신할 수 있는 탓이었다. 수익을 크게 나눠주는 조건으로 영지를 내리고 사업을 위해 힘쓸 것을 권유받자 단번에 뜻에 따르겠다고 대답한 그는 노쇠한 부모는 수도의 저택에 머무르게 하고 아내와 영지로 이주해 남은 노년 생활을 그곳에서 보낸다. 

 

백작이라는 지위에 걸맞게 엘로이의 재산이 모자랐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으나, 수여받은 영지를 관리하고 대가 이어질 수록 그 재산은 점점 더 몸을 불려갔고 지금 대에 이르러서는 철광과 은, 그리고 보석에 이르르기까지 많은 광물들을 캐낼 수 있는 대규모 광산을 관리하는 대부호 가문이 되었다. 영지의 세공업자들은 가문을 통해 도매로 은광석과 철광을 사다들여 귀금속 용으로 세공을 하거나 대장장이 질을 해 갑주를 만들어 제국 곳곳에 납품하게 되니 이는 결과적으로  예술 문화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한 셈이 되었다. 

 

슈발리에 가는, 가업이 국가 산업과 연결된 만큼 황실에 대한 충성심을 가장 큰 가치로 삼고 있다.  따라 그 주인 되는 황실의 풍조에 따라 가주가 정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크게 구분하는 편은 아니나, 적어도 가문 내에서 남성과 여성이 점할 수 있는 위치에는 한계가 정해져 있다.  남성은 가주가 되어 대대로 기사단에 지원했으며, 현 가주 또한 서리 기사단에 소속되어 항상 황실의 부름에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 때문에 가주가 영지의 관리에 온 힘을 기울이기는 어려운 편이라 보통 어린 나이에 총명한 상대를 구인해 정략 결혼을 거쳐 영주의 의무를 다하게 하는 편이다. 자식을 낳을 때에도 무조건 남성이 난 순서에 관계 없이 가주 계승의 1순위로 여겨져 검술을 연마하게 하고, 여식들은 셈과 정치학, 그리고 외교 등의 행정 임무에 능한 인재로 키워낸다. 

 

가문의 정치색은 중립에 가까운 왕당파로, 현재 칼리아스 1 황자의 정통성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는 가문 중 하나이지만,  그 지지와는 관계 없이 황제의 선택에 수긍할 수 있다는 입장도 유지하고 있다. 

 

파이트라 식민지 전쟁에서도 현 가주 빈센트 르베르 엘로이 슈발리에가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황자를 도왔으며, 그 견제와 방어에 열의를 다하며 황실을 섬기고 있다.

 

 


 

 

 

 

 

스완 유스티체 엘로이 슈발리에

:: 소중한 반쪽

 

슈발리에 가의 가주들의 삶은 모두 그 숨이 다하기 전 본인이 특별히 지명하여 고용한 서기에 의하여 한 권의 책으로 집필되어 저택의 특별 서재에 보관된다. 넓은 책장이 꽉 찰 정도로 그 이름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에 이르러서는 방대한 양이 되었으나 스완과 레이븐이 관심있게 읽은 책은 한 권 이었으니 엘로이 피델르 슈발리에의 삶이 기록된 제 13권이었다. 서재의 어두운 양탄자 위에 배를 깔고 엎드린채로 밀려오는 이야기들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닳도록 읽었고, 꼭 엘로이같은 어른이 되자며 더듬더듬 어린 나이에도 굳은 약속을 했다. 아직도 약속은 유효하다. 얼마나 더 자라던 레이븐은 이 약속을 잊지 못할 것이다.

오랜 가풍의 영향 탓이라 상냥하고 다정한 부모인 빈센트와 비체도 자식들이 정해진 진로에서 조금이라도 이탈하려는 기미를 보이면 엄격한 어조로 다그쳐왔다. 그 전까지는 모호하게 검을 쥐지 못하는 이유를 얼버무리다, 결정적으로 레이븐이 사용하는 훈련용 목검을 몰래 여분까지 하나 더 가져와 스완과 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날 그것을 명확히 했다. 그 날 혼난 아이는 스완 뿐이었다. 쥐고 있던 목검도 빼앗기고 홑통을 듣는 스완을 두고, 어머니 비체의 손에 이끌려 다른 방에 억지로 앉아있어야 했던 레이븐은 목소리가 잦아들자마자 뛰어가 스완을 안고 연신 사과하며 위로했지만 둘은 한참을 침묵 속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만 했다.

여전히 스완은 레이븐의 소중한 반쪽이자 기사이기를 약속한 미래의 맹우다. 스완의 태도가 전과는 달리 약간 차갑게 느껴지는 건 물론 기분 탓이겠지. 스완은 레이븐의 리본도 묶어주는 상냥한 누나인걸.

학교에 가면 부모님의 눈치같은 건 보지 않고 대련할 수 있지 않을까? 레이븐은 목검을 쥐고 서서 스완의 방 창문을 올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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